언젠가부터 이런저런 일로 인해 멀티태스킹의 일상을 보내다 보니 몸이 몇 개라도 부족합니다. 그래서 텃밭 일기도 이렇게 몇 템포가 느리게 글을 쓰고 영상을 편집하게 되네요. 이 날도 여전히 바쁜 하루를 보내고 저녁 무렵쯤 집에 있는 딸을 데리고 텃밭으로 향했습니다. 딸과 함께 텃밭에서 보내는 하루는 그 무엇보다 의미 있고 소중한 하루가 되었습니다. 2025년 5월 18일, 지난주 수요일 텃밭 교육에서 받은 퇴비를 가지고 다시 텃밭을 찾았습니다. 특히 이날은 퇴비 활용, 미나리 위치 조정, 수확과 물 주기까지 전 과정을 기록한 뜻깊은 하루가 되었어요. 딸과 함께 했던 이날의 이야기를 함께 나눠봅니다.
딸과 함께 걸어서, 텃밭으로 가는 길
지난번 함께 데리고 가서 오랫동안 시간을 보내다 지친 경험이 있어서 그런지 이번에는 딸이 동행을 하지 않으려고 했지만, 운동도 시킬 겸 겸사겸사 억지로 딸을 데리고 텃밭으로 가게 되었어요. 가는 내내 기분이 별로인지 뽀루퉁한 표정이었어요. 기분을 달래 보려 이런저런 얘기를 하며 어느새 텃밭에 도착했습니다. 집에서 멀지 않아 운동을 할 겸 일부러 걸어서 가고 있어요. 딸이 운동 하는 것을 싫어해서 한 번 집에서 쉬게 되면 꼼짝을 하지 않으려고 해서 일부러 핑계를 대며 데리고 갔어요.
텃밭 도착, 작물 살피기
텃밭에 도착하자마자 먼저 한 일은 작물 상태 점검입니다. 며칠 사이 얼마나 자랐는지, 혹시 시든 부분은 없는지 살펴봤어요. 상추, 치커리, 깻잎 모두 정상적으로 자라고 있긴 하지만 생각보다 금방 자라는 건 아닌 것 같아요. 처음 텃밭을 시작할 때 지나가신 등산객이 식구가 많지 않으면 상추는 한 줄만 심어도 먹고 남는다고 했는데 아직 시기가 아니어서 그런지 이때까지는 성장 속도가 그렇게 금방 눈에 띄게 자란 것 같지 않았어요. 미나리는 물이 아닌 흙에서 키운 영향 때문인지 생각보다 자라지도 않고 아직까지 한 번도 수확을 해보지 못했어요. 그래서 그동안 생각이 많았는데 오늘 마침 이식 작업을 해보려고 생각을 했습니다.
수확의 기쁨: 자연이 주는 선물
텃밭에서 직접 키운 작물을 수확하는 순간은 항상 뿌듯합니다. 오늘도 여전히 상추 종류와 쑥갓, 치커리, 비트 등을 수확했어요. 부추는 아쉽게도 뿌리 분리 작업 후유증으로 실패를 해서 흔적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거의 죽고 한 두 개만 겨우 줄기 하나 정도로 크고 있어서 기대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딸은 지켜보면서 영상을 찍어주고 있었어요. 나는 일을 하는 사람이지만 가만히 서 있는 것도 힘든 일일 것 같아요. 가끔 벌레들이 보이면 기겁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곤 합니다. 난 무시하며 벌레들은 사람 안 잡아먹는다 겁먹지 말라고 하면서 말장난을 하곤 합니다. 수확한 작물은 저녁 밥상에 오를 예정이라 생각만 해도 마음이 뿌듯해졌습니다. 채소를 싫어해서 잘 먹지도 않은 딸이지만 처음 텃밭에 와서 수확한 작물을 처음으로 쌈을 싸서 고기를 먹은 모습을 보고 자신도 놀라며 먹은 경험이 있었어요. 역시 자신이 직접 참여해 본 먹거리의 소중함을 자연스럽게 알게 된 계기가 된 것 같아요.
퇴비 작업: 건강한 흙 만들기
지난 5월 14일 텃밭 교육에서 강사님이 주신 퇴비를 드디어 사용할 때가 왔습니다. 퇴비는 유기물이 분해된 것으로,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어 주는 중요한 자원입니다. 수확이 끝난 자리의 흙을 처음에는 호미가 없어서 괭이로 파다가 불편해서 모종삽으로 살짝 걷어낸 후 퇴비를 골고루 뿌렸습니다. 그리고 다시 흙을 덮어 퇴비가 자연스럽게 토양 속에 섞이도록 해주었죠. 이 과정을 통해 땅의 영양분을 되살리고, 다음 작물들이 더 튼튼하게 자랄 수 있도록 도왔습니다. 처음 경작할 때 퇴비를 뿌리고 처음이니 분명 작물들이 좋아할 것 같았어요. 다음에 방문할 때는 효과가 있을지 기대를 해보려 합니다.
미나리 이식: 물길을 따라 다시 자리 잡기
미나리는 물을 좋아하는 작물인데, 현재 자리는 약간 위치가 경사진 곳이라 물을 줘도 아래쪽으로 다 흘러내려버리는 문제가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미나리를 고랑 사이로 이식하는 작업도 함께 했습니다. 수확을 끝내고 퇴비 작업을 마친 후 미나리를 조심스럽게 파내고, 뿌리가 손상되지 않도록 주의하면서 물이 머물기 쉬운 고랑 중앙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이곳은 항상 물을 줄 때마다 물이 고인 모습이 포착되었어요. 그래서 이왕이면 물이 고여 있는 고랑에 심으면 성장 속도가 더 빠르게 성장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기대감에 이식 작업을 하게 되었어요. 딸은 기다리는 것도 지치고 힘들어서 다음에 하라고 했지만, 진작부터 마음 먹고 있었던 터라 오늘 아예 이 작업도 마무리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고 바로 작업에 들어갔습니다. 딸에게는 그냥 집에 먼저 가라고 했지만 끝까지 남아서 함께 기다려 주었어요. 아쉽게도 이 작업은 딸이 사진과 영상을 찍지 않아 자료가 없습니다. 마지막이라 지쳐서 더 이상 영상을 찍지 않았어요.
오늘의 마무리, 흠뻑 물주기
모든 작업이 끝난 후 텃밭 전체에 물을 흠뻑 주는 시간. 이날은 수확도 하고, 퇴비도 뿌리고, 미나리 이식까지 한 만큼 땅이 갈증을 느꼈을 것 같아 좀 더 넉넉히 물을 주었습니다. 특히 옮긴 미나리 쪽에는 물이 잘 머무르도록 조심스럽게 물줄기를 조절해 가며 천천히 충분히 적셔주었어요. 이제 잘 자라줄 일만 남았습니다.
주변 풍경 담기
작업을 마치고 나면 텃밭 주변 풍경을 담는 시간을 꼭 갖습니다. 이날은 초록으로 물든 주변 텃밭과 멀리 보이는 산자락, 그리고 텃밭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만들어내는 잔잔한 파도 같은 풀들의 움직임이 참 아름다웠습니다. 딸은 빨리 집에 가자고 재촉였지만, 저는 텃밭 작업이 완료되면 항상 주변 풍경을 사진으로 담아둡니다. 시간의 흐름 속에서 하루가 다르게 변한 텃밭의 모습이 내일은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 설레는 기대가 있습니다. 딸과 함께 풍경을 바라보며 "다음엔 어떤 모습이 기다리고 있을까?" 이야기 나누는 순간이 이날 하루를 더욱 의미 있게 만들어주었습니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
모든 작업을 마치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는 길. 텃밭에서 힘들게 일하고, 수확의 기쁨을 느끼고, 딸과 함께 소중한 시간을 보냈다는 뿌듯함이 가득한 하루였습니다. 오늘은 단순히 작물을 돌본 것 이상의 하루였습니다. 자연과 교감하고, 가족과 함께하고, 땅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던 값진 시간이었어요.
마무리하며
텃밭은 매일 변하고, 그 변화 속에 작은 기쁨이 숨어 있습니다. 자연과 거리가 먼 딸을 데리고 자연을 배우고, 먹거리를 가꾸는 경험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시간입니다. 오늘도 땅과 함께 살아가는 하루를 기록해 봅니다. 퇴비를 뿌리고 난 이후 텃밭의 변화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다음 텃밭 이야기도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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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련 유튜브 영상 보기
https://youtu.be/I62HBohNeDM(일부공개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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